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남자도 꽤나 쓰는 편이기도 해서 기회를 엿보다가
나는 '23년 9월 ~ '24년 3월까지 약 6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첫 3개월은 꽤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고
D-day (복직일)이 다가올수록 남은 3개월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지금은 복직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고나면 좋은 점, 안좋은 점,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1. 남자가 육아휴직은 언제 쓰면 좋을까?
이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쓸 생각은 어차피 하고 있었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남자가 사기업에서 육아휴직을 2번 쓴 경우는
아직은 주변에선 못 본 것 같기에
단 한번의 기회를 잘 사용하고 싶었다.
그렇담 초등학교 2학년 (만8세 이하) 전에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통상 남자는 단 한번 쓸수 있는 육아휴직을 그럼 언제 써야만 베스트일까?
우리 아이들은 현재 한국 나이로 5살이고,
나의 경우에는 3돌이 지나고 4살때 육아휴직을 6개월간 사용했다.
육아는 힘든 것은 통제 또는 예측 불가능한 상대를 하루종일 보살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수면 부족, 체력 방전...
어른은 사회적이고 암묵적으로 약속된 행동을 하고 대화를 하는데에 반해
아이는 통제 불가능하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전혀 없다.
지나고보니 육아는 아이가
1살 때는 계속 안고 있어서 힘들고,
2살 때는 어디 넘어져서 다칠까봐 계속 주의해야되서 힘들고,
3살은 너무 잘 뛰어다녀서 힘들고,
4살은 고집불통에 말을 안들어서 힘들고,
그냥 계속 힘이 든다. (물론, 너무 사랑스럽지만 힘든건 힘들단 말이다.)
결론은 가장 힘들때 쓰는 것은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내가 정말 원할 때, 아내가 정말 힘들어할 떄가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퇴근해서도 적극적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고,
평소에 밥상머리에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그, 베스트한 시점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면 뭐가 좋을까?
내 나이 딱 40세,
주변을 보면 빠르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자녀,
보통은 나처럼 4~7살 자녀를 두고있다.
요즘 시대에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처럼
육아나 가사에 남녀 구분지어서 생활하는 가정은 별로 없기도하고
나는 그나마 주변 친구들에 비해 꽤나 가정적인 아빠와 남편에 속하는 것 같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가사에 많이 동참해왔었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우선 육휴의 좋은 점은,
첫째,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
아내의 컨디션과 기분이 좋으면 가정 분위기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기혼자는 100% 공감할 것이다)
아이가 생기고 나면 아내와 소원해지거나
서로 지쳐서 대화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 대화도 많아지고 오히려
그 시기를 역으로 더 똘똘 뭉칠 수 있게 된다.
둘째, 아이들이 아플 때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
면역력이 없는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응급실 갈 일도 더러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은 쌍둥이라 한놈만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겨도
한 셋트로 움직여여 한다;;
여러 상황에 대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셋째, 시간이 없어 배우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아이 등원 9시 ~ 하원 5시
하루에 8시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정말 긴 시간이다.
나는 부동산 강의, 임장, 운동, 그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었는데
평소 꼭 배워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꼭 실행해보길 추천한다.
그러긴 위해서 잘 계획해야한다.
넷째,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아이가 아빠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할 거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유를 들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신한다.
아이들은 기억한다.
아빠와 여행했던 기억, 살 부비고 깔깔 거렸던 기억, 아빠가 해줬던 음식들을 통해
명확한 장면을 기억하기보다 아빠의 따뜻한 시선과 온기, 사랑받았던 그 느낌들이
아이가 커가면서 계속 그 감정을 품고 살아갈 거라 확신한다.
마지막 다섯째,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나는 직장인을 조기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럼 얼마가 있어야 할까?
그 돈을 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스스로 되묻다보니
큰 틀의 계획이 서고, 그래서 오늘 뭘 해야할지를 알 수 있다.
3.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뭐가 안좋을까? 사무실에 내 책상은 남아있을까?
첫째, 가장 아쉬운 점은 물론 돈이다.
숨만 쉬어도 4인 가족 생활비로 대출이자+아파트 관리비+통신료+보험료 로
월 백만원은 손쉽게 들어간다.
고용노동부에 신청하여 지급되는 육휴급여 상한 150만원중 75%(112만5천원)만
1년간만 육아휴직 기간내 지급되고 나머지 25%(37만5천원X육아휴직 개월수)는 소급하여
복직후 6개월이 지난후 지급된다. (먹튀방지)
그래서, 한달 평균적인 생활비를 계산해보고 거기에 120%정도로 계산하여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생활비를 충당해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시간이 많으면 여행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돈 쓸일과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직장에 매여있어 돈 쓸 시간이 없는 것임)
모아둘 돈 = (월생활비 X 육아휴직 개월수 X 120%) - (육아휴직급여 X 육아휴직 개월수)
두번째, 복직했을대의 불이익 또는 경력 단절
아무래도 회사의 문화가 쓰는 문화이고,
팀 동료들이 이해해준다고 하여도
팀내 인원이 휴직을 하게되면
휴직 인원도 휴직 기간에 팀당 할당된 TO 1명을 차지한다.
그말은 결원이 생긴다고 해도 일시적인 결원으로 보아
추가 채용은 불가능한 것이 보통의 회사 규정이다.
그렇기에 나의 업무를 누군가는 대체해야해서
동료들에게 약간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회사 생활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
니일 내일 가려서 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평상시 다른 팀원이 바쁠때 도와주고 했던 것이
그 조금의 미안한 마음을 상쇄시켰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자리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도 회사따라 다르겠지만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다행히 제조회사의 건설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파트라
다른 직무로 갈 수 없는 특수 직군으로
복직후 업무가 바뀌거나, 팀이 바뀌지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었던 것 같다.
이건 회사의 규모, 분위기에 따라 다르니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4. 그럼 휴직기간에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꼭 무엇을 할지 계획하고 쓰길 바란다.
사람이 시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결코 더 부지런해지지 않는다.
나도 두리뭉실한 계획만 있었던터라
첫 한두달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냈었다.
집에 있으면 늘어지기 마련이고
누구도 뭐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날은 하루종일 유투브만 보게 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부지런하던 사람도 자연스레 게을러진다.
그게 사람이다.
하루 본인만의 강력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운동하고,
같은 시간에 공부해야한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없이 그냥 시간만 흘러간다.
5. 1년도 아닌 6개월만 육아휴직을 쓴 이유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첫째 가장 아쉬운 부분은 돈이다.
모든 직장인들은 공감하겠지만
월급은 마약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업가가 잘만 유지하면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알지만서도
현실은 직장의 노예(?)로 사는 이유는
사업할 용기가 없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때로는 좀 설렁설렁 일을 해도
월급은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나오는 안정감, 편안함때문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딱 육아휴직 급여를 포함해서
보수적으로 8개월치 생활비를 충당해놓고
육아휴직 6개월을 사용했다.
두번째 이유는 1년이나 쉬면
"원래 맡은 업무에 대한 감을 잃지않을까" 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정 당시에는 6개월 정도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는데,
지나고보니 두번째 이유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오랜기간 해왔던 업무라고하면 복직하여 일주일이면 감 찾기엔 충분하니,
총알만 준비된다는 가정해서
남자라면 한번 쓸 육아휴직 최대한 길게 쓰는 것이 좋겠다. (1년 추천)
두서없이 적은 것 같지만,
나에게 있어 6개월은 육아휴직은 총평하자면
온전히 나를 위해서도 좋았고,
아이들과 함께해서 후회 없었고,
아내와 더 돈독해지고 끈끈해졌다.
남자 인생중 10년 넘게 직장인으로 살아왔다면,
인생에서 6개월 좀 쉬어가도 좋은 시기이다.
잘 계획해서 고생하는 우리 직장인 아버지들
꼭 육아휴직은 한번은 써보길 추천하고,
더 나아가 남자도 육아휴직 쓰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길 바래본다.
- 세줄요약
- 육아휴직은 꼭 계획해서 쓰자
- 총알(돈)은 잘 계산해서 준비하자
- 하루 강력한 루틴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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